스코틀랜드 현대음악과 영화음악 현장 속으로: 오세영 작곡가의 영국 유학 & 음악 활동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스코틀랜드 글라스고를 기반으로 영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곡가 오세영이라고 합니다. 우선 제 영국에서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신 세라선생님께 감사 드리며 이렇게 선생님의 공간에 제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저는 글라스고에 2017년에 와서, 글라스고 대학에서 (University of Glasgow) BMus Music 과를 졸업하고 (2022 졸) 스코틀랜드 왕립예술원 (Royal Conservatoire of Scotland) 에서 Mmus Composition 작곡 석사를 졸업하였습니다 (2024 졸). 이 글은 현재 프리랜서 작곡가로서 제가 어떤 활동과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출 거지만, 제가 교류하는 음악가 친구들과 단체들은 학업을 하면서 자연스레 알게되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기에, 학업을 하던 시기의 이야기도 잠깐 잠깐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저의 활동에 대해 말씀드리려면, 제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조금 이야기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학부에서 연주실기와 (피아노, 성악) 작곡에 집중하였고 – 영국의 대학(university) 시스템은 한국처럼 학부에서 악기나 작곡 전공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1, 2 학년에는 두루두루 다 배우고 3 4 학년때 module의 크기 (학점이 많은 것 =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를 정하므로서 본인의 전공을 정해가는 시스템이 대부분 – 작곡 석사를 하면서 저는 주로 클래식 현대음악을 작곡하고 그에 따른 기술을 연마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석사 1학년 말 부터 저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기 시작하여서 졸업 할 때 즈음에는 제가 어떤 기술을 통해서 발생하는 어떤 소리를 아름답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확신이 들기 시작하면서 졸업하였습니다. 음악적인 용어로 말씀드리면, 악기들의 텍스처(Texture)와 팀버 (Timbre) 를 통해서 다채로운 소리를 엮어가며 곡을 쓰는 것이 현대음악에서의 제 스타일입니다.
석사 마지막 공연을 위해 Hebrides Ensemble 과의 리허설 중
이와 동시에 RCS에서 학업하면서 영화전공생들과 협업하여 그들의 영화 음악을 맡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또한 현대무용과 학생들과 한 단발적인 워크샵이 너무 재미있었어서 함께 Dance Film 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A Tree of Moulded Voices). 이와 같이 음악이 다른 장르와 만나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강렬하게 매력적이였고, 약간은 더 대중적인 매체를 위한 음악을 쓰는 것이 제 또 다른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클래식 악기 연주자와 교류하며 작업하고 결국엔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현대음악 작곡과 다른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 교류하며 만드는 매체음악 (영화음악, 영상음악, 현대무용 음악 등등 – 많은 경우 음악이 무대에서 연주되는 것이 아닌 미리 녹음됨), 이 두 분야가 제 음악 활동의 큰 두 가지가 되었습니다. 두 작업의 성격이 다르듯, 제 작업을 계속 하기위해서 하는 활동의 방법과 형태, 또 사회에서 찾아가야 하는 단체들도 다릅니다.

‘A Tree of Moulded Voices’ 촬영 중
현대음악
졸업 후에 현대음악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음악 단체나 오케스트라 중에서 ‘Early career composer’ 를 위해서 기회를 제공하는 단체들을 잘알고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scheme 으로는, London Symphony Orchestra 의 Panufnik scheme 과 Soundhub,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의 Young Composer programme, Britten Sinfonia의 Opus 1, Magnum Opus scheme, Britten Pears Young Artist Programme 등이 있습니다 (Britten Pears 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국에 거주하는 비자가 있고, 몇 년 정도 이미 영국에 지낸 사람을 대상으로 모집하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매 해 규정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각 단체에서 일년에 한번 작곡가들을 모집하니, 미리 데드라인을 정리해 두셔서 지원하시면 됩니다. 이 프로그램들의 경쟁이 높지만, 결과를 떠나서 지원서를 작성하는건 스스로의 작업과 음악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니 자신을 알아가는 좋은 기회입니다. 또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일단 현대음악 단체들에게 본인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이 심사과정에서 나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는것 또한 커리어 적으로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영국은 현대음악 단체들과 프로작곡가들 사이의 연대가 잘 되어있어서, 심사를 서로에게 요청하기때문에 이런 지원을 통해 일단 스스로를 현대음악계에 자꾸 알리는게 early composer 에게는 중요합니다.
또한 지원을 통해서 나의 음악과 성향이 맞는 단체가 어디인지를 알게 됩니다. 작곡가가 같은 음악을 제출해도, 단체의 지향과 스타일에 따라 굉장히 좋게 받아들이는 곳과 별 관심이 없는 곳을 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는 영국 전체를 보았을때 주요한 단체들과 프로그램을 말했지만,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사람은 물리적으로 속해있는 지역의 커뮤니티와의 교류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속한 스코틀랜드의 현대음악 scene과의 관계도 저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아직도 학부때부터 활동한 University of Glasgow Chapel Choir 와 같이 합창을 하고 있고, 스코틀랜드에는 석사때 Prize를 통해서 제 곡을 초연한 Hebrides Ensemble과 2024 Nordic Music Days Festival 에서 제 곡을 초연한 Scottish Ensemble 과 같은 스코틀랜드에 좀 더 베이스를 두지만 여전히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현대 앙상블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새 시즌 프로그램을 찾아보거나 이들의 공연을 보러 가는 등 로컬 현대음악 scene에 계속 참여하려고 합니다.

University of Glasgow Chapel Choir after Commemoration Day
사실 이런 활동은 의식적으로 작곡가의 커리어를 위해서라기 보다, 현대음악을 좋아하니, 자연스레 음악을 들으러 가고, 가서 또 같은 마음의 사람들 끼리 대화를 하고, 정보를 주고 받고 하는, 결국 전체 scene이 활성화 되는데 기여합니다. 사실 어느 국가든 이런 현상이 지역마다 일어나서 전체 현대음악 scene의 생명을 키우고 연장하는 일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코틀랜드의 현대음악계는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작기때문에, 서로를 잘 알고 필요할 때는 서로 돕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또 대학과 콘서바토리와도 잘 연결되어 있어서 새로운 인재들의 성장도 돕고 있구요 – 저 역시 학부생이였을 때 부터 공연을 보러가며 서서히 알게된 커뮤니티 입니다. 덧붙여 교육 기관을 떠나 사회에 막 나온 작곡가라면 느낄 수 있는 고립감에도 이런 로컬 scnee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서 현장에서 얼굴을 보며 힘든 점을 나누고, 서포트를 주고 받는 일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Nordic Music Days Festival 2024, Scottish Ensemble, Old Fruitmarket at the City Hall, Glasgow.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현대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꼭 실현하고 싶은 프로젝트나 연주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스스로 졸업한 대학의 Funding 이나 공공기관의 Funding 을 지원해서 예산을 받아서 실현시키는 방법입니다. 사회에서 모집하는 기회는 그 단체의 성격에 기반을 두고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모든 단계를 나의 취향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건 작곡가뿐 아니라 프로듀서의 역할이 동반되고 – 다양한 성격의 일을 해야 함 (작곡, 기획, 예산, 장소 섭외, 리허설 준비 등등) – 또 혼자 하면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기에, 같이 협업하고자 하는 동료들과 소규모라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경험을 하고 실행하기를 추천합니다.
영화 음악 & 현대무용 음악

영화 ‘Mearcstapa’ showcase 날 at Glasgow Film Theatre.
개인적인 의견으로 영화음악은 상업적인 성격때문에 현대음악과는 달리 젊은 작곡가들을 위한 기회가 덜 체계적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석사를 통해서 만나 작업한 영화감독들과 또 그들의 영화인 친구 네트워크를 통해서 영화음악 작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보통 감독이 영화를 완성하면 영화제에 출품 하여서 상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활동으로, 저도 제가 작업한 영화가 상영하는 영화제에 가서 다른 상영 작품들을 보고, 새로운 영화인들을 만나서 현장에서 함께 성취를 축하하고, 제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마다 creatives 들의 공동체들, 네트워킹 모임들이 있을 것 입니다 (보통 영화제를 가서 정보를 얻거나, social media에서 검색하면 나옵니다). 저는 영화, animation 쪽, 혹은 더 전반적 creatives 쪽 월 별 모임에 주기적으로 나가면서 다른 discipline 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작업을 보고 저 자신을 소개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작업물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 체인을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느끼지만, 이쪽은 영화제와 모임을 많이 나가고 자신을 최대한 많이 알리는 것이 방법인 것 같습니다. 또한 영화음악은 다양한 음악장르가 섞여있는 분야라서 (클래식, 팝, 재즈, 전자음악, 월드뮤직 등등), 영화만을 위해 작곡하는게 아니라 현대음악이나 본인의 음악활동을 꾸준히 하고 음반 발매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감독이나 프로듀서가 나의 음악을 듣게 하는 과제는 아직도 남습니다.
덧붙여 영국의 영화제 중에서는 BAFTA qualifying 영화제가 따로 있습니다. BAFTA는 영국에서 제일 큰 영화제 시상식이며, 이 영화제에 단편영화를 출품 하려면 적어도 두 BAFTA qualifying festival 에 출품 했던 작품이어야 BAFTA에 출품 가능합니다 (2025 기준). 따라서 영화감독들은 작품의 성격, 규모, 출품지원 비용들을 고려하여 어느 축제에 출품할지 신중히 결정하는 편입니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라서 공유합니다.
현대 무용 음악은, 사실 저도 아직 알아가는 단계입니다. 현대 무용수와 협업 기회가 있으면 같이 작업을 하면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좋구요, 현대 무용관련 단체의 레지던시(Residency)에 함께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작업적으로는 당연히 현대 무용 공연을 보러 가서, 예술가들이 어떻게 음악을 만들고 협업했는지를 경험하는게 큰 도움이 됩니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서 작곡가로서 살아가려면 또 한 겹의 learning curve를 겪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단계 더 프로페셔널한 사람들과 일을 한 다는 것은 작곡가에게 정말 좋은 성장의 자극을 주고 또 더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면서 더 깊은 기쁨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 계시던 작곡가의 꿈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동료로서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오세영 프로필











